詩 가 있는곳

님을 기다리며

깊은산속 2008. 7. 2. 23:00


   
 
       님을 기다리며 
                                                      설죽(雪竹)
 
       달뜨면 오마 하시던 님
       달 떠도 님은 안오시네 
       생각컨대 님계신 곳은
       산이 높아 달이 늦게 떠서이겠지
 
      <郎云月出來(낭운월출래)           月出郎不來(월출낭불래)
        想應君在處(상응군재처)            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달뜨면 오마"던 언약을 철썩같이 믿고 
       '술 익자 꽃이 피자 달이 뜨자 임이 온다'는
       옛가락의 신나는 장면을 마음 사이 그리면서 
       온몸에 달빛을 띠고 달과 함께 찾아올 임을 
       기다리기 一刻如三秋!
       그러나 임은 소식 없고 
       달만 혼자 온지도 이미 중천이다. 
       초조와 疑舊와 虛脫의 나머지 
       야속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드는 착찹한 심정에서 
       저자는 간신히 지성을 회복한다.
       그녀는 짐짓 마음을 눙친다.
       그 곳에 산이 높아
       달이 늦게 떠서이겠지
       이 얼마나 天外의 구원인가? 
       衛約의 탓을 전적으로 산에다 전가함은 
       혹이나 있었을 불가피한 사정을 감안한 
       임에 대한 최대한의 이해요,寬容인 동시에 
       착잡한 심사의 가엾은 自慰이기도 하다.
       누가 이를 한갖 어쭙잖은 遊女의 사랑타령이라 하여
       일소에 부치고 말것인가?
       "月出"의 시각에다 건 만남의 약속도 그렇다. 
       그 약속에는 달같이 번듯한 미더움이 있고,
       달빛같이 황홀한 설레임이 있다. 
       밤길 걷는 낭군을 동반해 와서 만남의 현장에 入會할,
       그 달의 공증성에 의하여 그 만남은 
       密會도 邪戀도 아닌 정당성과 
       변절할 수 없는 신뢰성,영원성마저 부여받게 되리라는 
       함축의 그 너울너울한멋을 보라.
       그리고 또 그보다 더 멋스러운 그녀의 여유를 보라. 
       그 대범하고도 천연덕스러우면서도 能小能大한 
       그녀의 여유는
       팔폭 치맛자락만큼이나 너그럽고 넉넉하여 
       향기로운 風韻이 감도는 듯도 하다.    
              손종섭의 < 옛시정을 더듬어서 >에서 발췌함.
                                                                                深玄.이상태深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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