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野史) 19

월천 (越川)꾼 이야기

영강천 외나무다리가 서너 해 전 큰 장마에 떠내려 가고 나서 가장 답답해해야 할 억쇠네는 새 다리를 놓지 않았다. 노모를 모시고 영강 천가에 살며 산비탈 화전 밭뙈기 농사에 매달리던 열아홉 총각 억쇠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허구한 날 손가락이 닳도록 일해 봐야 두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새로운 돈벌이를 생각해 낸 것이다. 바로 ‘월천꾼’이었다. 덩치 큰 총각 억쇠는 매일 아침이면 영강천 냇가로 출근한다. 원하는 사람을 업어 건네주고 오전씩 받아 챙기는 돈 도 쏠쏠하지만 더 큰 재미는 다른 데 있었다. 어느 날, 마흔쯤 되어 보이는 대갓집 마나님이 몸종을 데리고 영강천 냇가에 다다랐다. 억쇠가 냇가에 앉아 못 본 척 하늘의 뜬구름만 보고 있자니 마님이 “자네가 월천꾼인가?” 물어, 억쇠가 힐끔 쳐다..

야사(野史) 2021.08.19

조선을 발칵 뒤집어놓은 스캔들 - 1

- 조선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내세워 건국한 나라이다 보니 사회 모든 분야가 몹시 경직되어 있었다. 특히 남녀문제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금언에서 보듯이 엄격하다 못해 잔혹하기까지 했다. 성 문제가 오죽 엄중했으면 단원 김홍도는 예천현감 자리를 비워둔 채 일본으로 밀항하여 1년 동안이나 오매불망 그리고싶어 하던 춘화를 실컷 그리고 돌아왔을까. 연애를 금기시하여 결혼도 반드시 중매를 통해 이뤄졌는데, 대부분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혼인을 하다 보니 부부의 정이 돈독하지만은 못했다. 이러한 풍습은 우리 부모 대에까지 이어져 축첩에 빌미를 제공했다. 남녀상열지사는 왕실이나 사대부 댁에도 만연했다. 희대의 바람둥이 심프슨 부인과 사랑에 빠져 왕관을 버린 영국 황태자 윈즈 공의 로맨스도 실은 양녕대군을 벤치마킹..

야사(野史) 2010.08.10

조선을 발칵 뒤집어놓은 스캔들 - 5

5. 기녀와 사대부의 비련 이광덕은 경종 2년(1722)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들어선 뒤 시강원 설서 에 임명되어 세자를 가르치는 등 학문이 출중했다. 영조 4년(1728)에는 이인좌 의 난이 일어나자 전라도관찰사에 제수되어 난을 진압함으로써 영조로부터 두 터운 신임을 얻었다. 이어 이광덕은 암행어사의 밀지를 받고 관북지방 수령들 의 비리를 조사하러 떠났다. 이광덕은 사령들을 변복시켜 먼저 함흥에 잠입시 킨 뒤 자신도 거지 차림을 한 채 종자 한 명만 데리고 뒤따라갔다. 구석구석을 누비며 관아의 비리를 탐문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이렇다 할 실적이 없었다. 알 아보니 암행어사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좍 퍼져 관아에서 입단속을 해두었던 것 이다. 하는 수 없어 이광덕은 관복을 갖춘 채 사령들을 데리고 함흥부..

야사(野史) 201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