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강천 외나무다리가 서너 해 전 큰 장마에 떠내려 가고 나서 가장 답답해해야 할 억쇠네는 새 다리를 놓지 않았다. 노모를 모시고 영강 천가에 살며 산비탈 화전 밭뙈기 농사에 매달리던 열아홉 총각 억쇠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허구한 날 손가락이 닳도록 일해 봐야 두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새로운 돈벌이를 생각해 낸 것이다. 바로 ‘월천꾼’이었다. 덩치 큰 총각 억쇠는 매일 아침이면 영강천 냇가로 출근한다. 원하는 사람을 업어 건네주고 오전씩 받아 챙기는 돈 도 쏠쏠하지만 더 큰 재미는 다른 데 있었다. 어느 날, 마흔쯤 되어 보이는 대갓집 마나님이 몸종을 데리고 영강천 냇가에 다다랐다. 억쇠가 냇가에 앉아 못 본 척 하늘의 뜬구름만 보고 있자니 마님이 “자네가 월천꾼인가?” 물어, 억쇠가 힐끔 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