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만 해도 '돈 벌어다 주는 효자'인 줄만 알았는데, 자고 나니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이 요즘 펀드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초입 부분이던 올 초만 해도 미국과 달리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은 안전할 것이라고 했는데 어쩌다 신흥국에 집어 넣은 내 펀드가 반 토막이 났을까요. '동조화(同調化)' '헤지펀드'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그 이유를 설명해볼까 합니다.
◆동조화(coupling)
동조화란 함께 움직인다는 뜻이죠. 펀드 투자와 관련해선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중국·인도 등의 경제도 나빠지는 것이 동조화이고, 그렇지 않으면 '디커플링(decoupling·비동조화)'입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불거져 나왔지만,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국가들은 풍부한 지하자원·값싼 노동력·효율적인 생산력 등 선진국과는 별개의 성장엔진을 달고 글로벌 경제를 지탱할 것으로 기대됐지요. 비동조화 얘기가 대세였던 겁니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점점 심각해져 전 세계가 동반 침체에 빠져들면서 디커플링은 더 이상 맞지 않게 됐습니다.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자금이 부족해진 외국 투자자들은 신흥국가에 투자한 자금을 썰물처럼 빼내 가기 시작했습니다. 선진국 소비가 둔화되면서 원자재 가격도 급락하기 시작했지요. 그 결과 중국·러시아 등 신흥국들 증시가 작년 고점 대비 많게는 60% 넘게 빠지면서 세계 경제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헤지펀드(hedge fund)
전 세계 경제위기의 동조화를 유발한 주요 세력 중 하나가 헤지펀드입니다. 이들은 주식·채권·외환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투자해 절대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의미하지요. '헤지'라는 말도 '위험을 피한다'는 뜻입니다. 투자자 다수를 공개모집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의 거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방식을 취합니다.
이들은 주가나 외환이 지나치게 고평가 혹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들어가 차익을 취합니다. 때로는 공매도(주식을 빌려 비싸게 판 뒤 나중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를 써서 시장을 교란시키기도 하지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가 등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공매도가 규제되면서 이들도 파산상황을 맞게 돼 우리나라 증시 등에서 많이 팔고 나가게 됐습니다. 그 결과 주가가 다시 급락하는 악순환이 유발된 것이지요.
조선경제 최형석 가자(2008.11.26(수)
'관심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율이 급등하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요?. (0) | 2008.12.12 |
---|---|
배터리 없이도 휴대폰 사용 (0) | 2008.12.04 |
"마법사의 피"가 온다 (0) | 2008.10.21 |
사랑의 과학적 원리 (0) | 2008.09.11 |
소득세 개편안 문답풀이 (0) | 2008.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