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출처 : [사설] 다트머스대(大)가 한국처럼 교수 투표로 총장 뽑았다면 | |
미국 아이비리그의 다트머스대가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 김용 교수를 총장에 선임했다. 다트머스대 재단이사장은 "김 교수는 배움·혁신·봉사라는 다트머스의 핵심가치를 구현할 가장 이상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다트머스대의 새 총장 선택은 동부 명문대학 아이비리그 최초의 아시아계 총장이어서 미국에서 화제가 됐다고 한다. 김 총장의 선임에 쏠린 우리의 관심은 그가 한국계라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다트머스대가 한국처럼 총장을 국회의원 선거 뺨치는 요란한 선거운동을 통해 직접투표로 뽑았다면 김 교수처럼 대학 건학(建學) 이념에 맞는 총장을 고를 수 없었을 것이다. 다트머스는 작년 6월 14명의 총장선발위원회(President Search Committee)를 출범시킨 뒤 교수와 저명인사 등 400명을 후보로 정해 미국 전역을 돌며 25차례 소그룹 면접을 했다. 한번에 이틀씩 걸리는 전체 회의도 9차례 열었고 최종 후보들을 압축한 뒤엔 장시간 집중 인터뷰를 했다. 위원회는 이 과정을 거쳐 김 교수를 총장후보로 뽑았고 재단이사회가 받아들였다. 4년마다 교수·교직원 선거인단이 파벌로 갈리고 학맥·인맥에 지연(地緣)까지 얹혀지는 도떼기시장 같은 한국 총장 선거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김 교수는 브라운대학을 나왔고 박사학위는 하버드에서 받아 하버드대 교수로 있다.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이기도 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1980년 이후 총장으로 뽑은 10명, 7명, 9명 중 자기 대학 출신이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타 대학 출신을 총장후보로 뽑았다가도 갖가지 투서로 결국 낙마(落馬)시키는 것이 한국 대학의 풍토다. 김 교수는 하버드대 학생 시절부터 '건강의 동반자(Partners In Health)'라는 의료자선단체를 만들어 외국 빈민들에게 결핵치료 혜택을 베풀어왔다. 학생 신분으로 현지에 병원을 세우고 의료진에게 치료법을 가르쳐줬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결핵퇴치 모델을 세운 그의 활동에 감복해 4500만달러를 기부했다. 김 교수는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을 맡아 2005년까지 세계 300만명 에이즈환자를 치료한다는 '3 by 5' 프로젝트를 추진해 100만명의 치료 성과도 올렸다. 다트머스가 아무런 다른 조건을 달지 않고 대학의 비전을 실천할 최고 적임자만을 찾았기에 열정·추진력·설득력을 갖춘 총장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우리 대학은 다트머스대를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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