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식

북은 의연한 대한민국 국민을 두려워한다

깊은산속 2010. 12. 21. 13:43

압력에 개의치 않고 훈련 실시한 군에 격려를 그러나 북은 또 도발한다 국민이 의연해야 하고 이 문제만큼은 여론이 하나가 돼야 한다

20일 오후 2시 30분 우리 군은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계획대로 약 1시간 30분에 결쳐 실시했다. 군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북은 일단 침묵했다. 그러나 군은 북이 곧 다시 도발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격훈련은 우리 영해 내에서의 훈련이며, 오랜 기간 동안 서해5도 방어를 위해 주기적으로 실시해 온 통상적인 방어훈련의 일환이다. 그런데도 이 훈련이 전례 없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 주요 국가들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러시아 요청으로 긴급 유엔안보리가 소집되기도 했다. 동북아 지역은 지금도 냉전의 유산을 그대로 안고 있고, 역내 주요국가들 역시 각각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중심으로 힘의 역학관계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우리는 북한의 각종 도발을 억제하면서 주변 강대국 간 이해대립 관계가 우리의 국익을 심각하게 해치지 않도록 한·미동맹과 주변국 관계를 유지·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책 노선과 원칙의 우선순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는 서해 영해에 대한 우리의 영토·군사 주권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누구에 의해서든지 침해를 받을 경우에는, 단호한 대응조치로 확고부동한 주권수호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서해 NLL은 1992년 남북한 간에 합의된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부속합의서'에 명시되어 있는 실질적인 서해 해상경계선이다. 따라서 우리 NLL을 넘는 영토에 대한 포격은 전쟁행위일 수밖에 없고, 이를 방치하면 영토를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군사위협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압력으로 우리가 NLL 남쪽 구역에서 수십년간 해온 통상적 군사훈련이 제약받는다면, 앞으로 서해5도 방어를 위한 모든 군사훈련이 제약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시 우리 서해 영해의 포기를 뜻하며, 수도권 방어를 위한 서해 해상방어벽의 붕괴를 의미한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도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태와 관련하여 끝까지 북한을 비호한 데 이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 만행의 규탄을 거부하고, 오히려 한국의 사격훈련 자제를 촉구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북한 정권을 보호하려는 전략, 서해에서의 한·미를 견제하려는 전략의 계산적 행동이다. 러시아의 입장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지금 서해 5도 일원의 수역을 분쟁지역화하여 현재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인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해묵은 전술을 사실상 뒷받침하고 있다.

NLL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상태'가 이루어져 현재의 정전협정체제가 남북 간의 평화체제로 대체되거나 또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질 때에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주변국들이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외교적 노력이 다각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최근 북한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점점 더 노골적인 군사도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결코 일시적이거나 우발적인 도발 행위가 아니다. 북한은 작년 1월 남북한 간의 모든 정치·군사적 합의사항 전면 폐기 선언, 5월에는 정전협정에 불구속 선언 등 나름의 도발 명분을 축적해왔다. 여기에는 그들 나름의 냉혹한 계산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서 그것을 이용해 우리와 미국으로부터 대대적인 양보를 얻어내고, 이것을 아예 구조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잃을 것이 없는 그들의 이 도박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북은 지금 평화공세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군사 도발로 나온다. 그때는 도발의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예상하기 어려운 기습을 시도할 것이다. 군 방어태세만으로 막기는 어렵다. 국민이 의연해야 하고, 이 문제만큼은 여론이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북이 도발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할 것이다.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2010,12,21) 박용옥 전 국방부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