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식

환갑(還甲)날

깊은산속 2011. 6. 24. 20:04

 

 

 

    

평생에 한번인데


 환갑, 회갑, 나이 예순 한 살.

생일은 매년 정기적으로 닥아 오지만 환갑은 평생에 한번이다.

내가 어릴적에 이웃집에 환갑날이 닥아 오면 한 달 전부터 소문이 돌고 법석을 떨어댄다. 환갑날은 온 동네는 물론 이웃마을까지 그리고 일가친척들은 먼 거리에서 하루 전날 도착해 밤을 지세우면서 준비된 음식과 술을 권하며 날을 밝힌다. 아주 어려운 가정을 제외하고 잘 살지 못해도 환갑잔치는 마찬가지였다.

환갑잔치 날엔 술에 취해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길바닥을 자리 삼아 잠을 자는 이들도 보았다. 환갑날은 징 장구 소리가 요란하고 아이들은 먹을 것이 많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좋아라 날뛰는 것도 보았다. 당시의 환갑이란 이제 인생을 살만큼 살았다는 성취감에 도취된 것 같다. 인생이 한번 태어나 환갑을 마지 했다는 것은 영광이요 대단한 자랑 이였다. 당시 환갑 전에 유명을 달리한 이들이 많았기에 환갑의 의미는 장수(長壽)했다는 행복감 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61세는 과거의 61세와 거리는 같지만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고 본다. 우선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는 것이다. 신체 나이로 보면 그때와 현재는 20세 정도 젊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환갑잔치 한다고 하면 웃음거리가 된다. “ 지나 내나 젊은 주제에 환갑잔치가 다 뭐야?.” 주변에 환갑잔치가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그러다 보니 칠순잔치 하는 집도 없어졌다. 환갑이나 칠순 잔치엔 원래 축하객들로부터 현물 상조부조를 받아왔다.  술, 담배, 옷감, 음식 류 이다. 요즘 환갑잔치에 초청 하고 부조금 받으면 도독놈 소리 듣기 싶다. 오래 살았다고 환갑잔치 벌리는 풍습은 차츰 사라져 가고 있다.


 내 누라의 환갑날은 지난 6월 23일이였다.

지난해 세 자녀 중 막내를 출가시키고 보니 집엔 나와 단 두 식구다.

막내딸이 시집가기 전엔 엄마생일이라고 챙겨주었다. 롤케익도 사서 초불도 켜주고 아침 일직 일어나 미역국도 끓여 주기도 했다. 지난 5월 달 삼남매가 다 모였다.

내 누라가 먼저 자식들에게 말했다. “닥아 오는 내 환갑날엔 모두 오지 말거라, 두   달 후에 손자 돌 찬치를 한다니 부산에서 만나자, 환갑날 이라고 아무것도 할 것 없다.” 고 했다. 그 도 그럴 것이 평생에 한번뿐인 환갑을 대비해 자녀들이 돈을 모아 여행을 주선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보내준 경비일부를 받아 우리 두 사람은 환갑 전에 스페인 포루투칼 모나코를 다녀왔다. 환갑잔치 대신 해외여행으로 대신한 것이다. 환갑날이 닥아 오자 내 누라는 “평생에 한번인데 ,,,,,” 하며 마음속에 무엇인가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내 환갑날은 자녀들과 대구의 한 뷔페에서 함께 식사하고 말았는데, 누라의 맘속에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은 자식들에게  고맙다, 오지 말거라, 아무것도 하지 말거라 하고 일러놓았지만  빈 마음은 아닌 것 같았다. 자녀들은 어미가 한 말이니 나중에 원망은 없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고, 환갑잔치대신 국내도 아닌 해외여행까지 주선해 주었으니 자기들이 할 도리는 다 한 것이다. 부근에 부모 환갑 달(月)에 맞추어 해외여행까지 보내준 예는 드문 일이며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효자중의 우리 자녀들이 효자요, 효녀 중에 효녀들이다.

 

 환갑날이 닥아 왔다. 그 전 생일날 같으면 하루 이틀 전부터 안부 전화가 여러 통 오고 갔었다. 갓 시집간 막내를 제외하곤 환갑 전날이나 아침까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오지 말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인지는 몰라도 반응이 없었다. 더욱이 이해심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넓었으며 생활에 불편함도 없이 매일 같이 넉넉하고 여유로 왔으며 충만해 하던 누라가 왜 잠시나마 긍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방황(彷徨)해야만 했을까?.

 누라는 또 “평생에 한번인데” 한마디 내뱉고 환갑날 이른 아침 친정 부모님 산소에 간다고 하여 함께 갔다. 비가 내려 우산을 받쳐 들고 친정 마을 뒷산으로 향했다. 나는 산소에 가 절을 하면서 부모님께 뭐라고 말하고 올 것인지 물었다. 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만 할뿐 나에겐 말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장인장모님 감사합니다. 착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키워준 귀한  따님을 내게 보내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사는 날까지 더욱더 사랑하며 즐겁게 살겠습니다. 라고 했다. 이날은 종일 잔비가 내렸다. 옛말에 결혼날 이나 생일날 비가 오면 잘 산다는데, 앞으로 우리가 더 잘 살날이 올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집에 돌아오니 며느리가 보내준 꽃다발이 현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누라는 단숨에 그 꽃다발을 들고 내게 닥아 와 사진을 찍어 며느리에게 보내 주라고 한다. 글은 어떻게 쓸까 하였더니 “꽃보다 너 가 더 아름답다.” 라고 하란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꽃 보다 너희가 더 아름답단다.” 라고 보냈는데 곧 답장이 왔다. “저희들 보다 어머님 아버님이 살아오신 삶이 더욱 아름답습니다.”라고 했다.

 

 환갑을 “평생에 한번인데” 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서글퍼진다. 나는 환갑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매년 닥아 오는 생일과 같다고 생각 한다. 생각을 바꾸면 생활이 달라진다는 말과 같이 환갑날이나 생일날이나 똑 같이 매일 매일 해는 뜨고 지게 마련인 것을 ,,, .

 

-------  慶北同友  제15호 (2011년)  P208  평생에 한번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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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다분다 - 장계현

분다 분다 불어온다 바람이 분다 깜짝 놀랄 새로운 바람이



이제나 불까 저제나 불까 아무리 기다려 봐도

내 나이벌써 40줄이야 청춘인 줄 알았는데

인생에 한번은 불어 온다고 모두들 기다리지만

어차피 불어올 바람 이라면 거칠게 불어와다오

분다 분다 불어온다 바람이 분다

 

깜짝놀라 새로운 바람이



*이제나 불까 저제나 불까 아무리 기다려 봐도

내 나이벌써 40줄이야 정춘인 줄 알앗는데

인생에 한번은 불어 온다고 모두들 기다리지만

어차피 불어올 바람 이라면 거칠게 불어와다오

분다 분다 불어온다 바람이 분다

 

깜짝놀랄 새로운 바람이





가사 출처 : Daum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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