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나부터 살려주게(先我之生)

깊은산속 2011. 11. 13. 09:26

 

나부터 살려주게 (先我之生)




♡ 나부터 살려주게 (先我之生) ♡

과부마님 댁에서 머슴을 구한다는 소문이 났다.
일깨나 한다는 남정네들이 다투어 가보았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새경(머슴의 1년 품삯)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였다.

한 건장한 총각이 소문을 듣고 찾아가서는
"새경을 한푼도 받지 않을 터이니
다만 저녁마다 초 두 자루씩만 주시오."
하는 말에 흡족해진 과부는 허락하였고
이에 총각은 머슴살이를 시작했다.

과부가 보니 머슴이 저녁마다
목욕을 하고 방에 들어가는데,
머슴방에서는 항상 밤중까지 불빛이 환했다.


'저 머슴이 뭘 하느라고 저러는가'
하고 궁금해 어느 날 밤 문틈으로 머슴방을 엿보니
머슴은 촛불 아래 벌거벗고 누운 채로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서 양물을 주물러
번쩍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게 아닌가.

"어, 괴이한지고, 괴이한지고."
하고 과부는 얼른 자기 방으로 돌아왔으나
눈앞에 머슴의 양물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나가서 다시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기를 하루 밤에도 서너 차례씩
엿보다가 어느 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마침내 문을 활짝 열어젖이며 머슴방으로 쫓아 들어갔다.

"마님 왜 이러시오.
내가 지금 저녁마다 촛불을 켜고
농사 잘되게 해 달라고 치성을 드리는 판인데"
하고 머슴은 능청을 떨었다.

그러자 과부 마님은,
"아이고 총각, 농사고 뭐고 나부터 좀 살려 주게."
하며 촛불을 홱 불어 끄고는
누워 있는 머슴 위로 엎어져 버렸더라 한다.
 
- 주서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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