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기업은 환율 상승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 받을 뿐이다. 올 연말쯤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일본 전자업체의 경쟁력이 우리를 앞설 것 같아 겁난다."(3월 13일, LG전자 주주총회)
"환율로 인한 나쁜 이익은 독(毒)이다. 이 시기에 일본보다 공격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2월 12일 사내방송)
남용(南鏞·59) LG전자 부회장이 '한국 경제 환율 착시현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환율 착시현상이란 지금 한국 주요 수출 기업의 좋은 실적은 고(高)환율 덕분이며, 환율이 떨어지면 정말 큰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49조3330억원, 영업이익 2조1331억원(해외법인 포함)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그는 "직원들이 환율효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실제 전자·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주력 수출 기업에 대한 환율 영향력은 대단하다. 삼성전자는 1달러당 환율이 100원 오를 경우 연간 2조3000억원, LG전자는 연간 7000억원의 영업이익 상승효과가 있다.
올해 달러당 평균 환율이 1425원으로 작년 평균 환율에 비해 320원 넘게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대기업들은 환율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대 경쟁 상대국인 일본 엔화 대비 환율은 작년에 비해 50% 정도 치솟았다.
남 부회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2월 달러 표시 매출은 17~18%가량 줄었지만 원화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고(高)환율현상이 지속될 수는 없으며, 이미 달러나 엔화 가치는 하락세로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이 최근 들어 무서울 정도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엔화 환율이 안정되면 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우리를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단번에 27개 공장을 폐쇄하고 2만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 부회장은 "일본 기업들이 작년 엄청난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런 구조조정 비용을 한꺼번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영업이익 면에서 우리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뿐 아니라 국내 경제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의 급속한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본격 효과를 나타내는 올 하반기에는 달러당 환율이 1124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되기 전에 금융시장이 먼저 안정된다"며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보이기 전에 환율이 떨어지면 국내 수출 기업은 일본·중국 경쟁업체에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도 "환율 착시현상이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지금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경영 혁신을 통해 내년 이후를 대비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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