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식

내 비참한 삶 물러줄 수 없다 > 조선일보.오늘

깊은산속 2013. 6. 7. 16:27

지난달 20일 오전 9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한 중년 여성이 힘없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경찰이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묻자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 입을 뗐다. "제가 제 딸을 목 졸라 죽였습니다…."

백모(여·58)씨는 오래전 남편과 사별한 후 파출부 일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파출부 수입으로는 딸 최모(22)씨와 근근이 살아가기도 버거웠다. 백씨는 결국 신용 불량자가 됐다. 딸이 취직해 돈을 보탰는데도 빚은 줄지 않았다. 딸은 카드를 13개나 만들어 돌려막기를 했지만 빚은 되레 3000만원까지 늘었다. 상가 2층 한쪽의 골방 월세도 8개월간 450만원 가까이 밀렸다.

20일 자정 무렵 일에 지쳐 곤히 잠든 딸을 바라보던 백씨는 '내 비참한 삶을 딸이 반복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백씨는 스카프를 딸의 목에 감고 힘껏 당겼다.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을 죽인 후 번개탄 3개를 피워 자살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오전 3시쯤에는 장롱 문고리에 스카프로 목을 매려 했다"며 "어떻게 해도 죽지 못해 밖으로 뛰어나가 죽으려고 하는데, 딸이 '엄마 죽지 마'라며 애타게 부르는 듯한 환청이 들렸다"고 말했다. 놀란 백씨가 방으로 뛰어들어와 딸의 몸을 흔들었지만 딸은 아무 말이 없었다. 딸의 시신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백씨는 결국 마음을 돌려먹고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고 한다.

경찰은 백씨를 21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가 끝난 후 백씨는 "딸 죽인 년이 살아서 뭐해요, 차라리 죽여 줘요"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모녀에게 벌어진 안타까운 비극"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무연고자인 모녀를 대신해 가재를 정리했고, 딸이 다니던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최씨의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출처;조선일보 2013.6.7 금. A14 사회 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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