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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의 자녀 재테크 성공기

깊은산속 2008. 6. 27. 23:14
▲ 사진=그린손해보험 제공
              "우리 아이 주식,200배로 불린 비결요?"
 
재계(財界)나 관계(官界) 인사들은 이영두(49·사진) 그린손해보험 회장을 만나면 재테크 질문을 자주 한다. 이 회장의 자녀 재테크 성공담을 듣기 위해서다. 돈에 관한 한 9단, 10단급이라는 대기업 회장까지도 그에게 '자문'을 구한다.

이 회장은 지난 91년 당시 네살과 한살인 자녀 2명에게 각각 1000만원어치씩 주식을 사주었다.

"90년대 초만 해도 우리 주식시장은 실제 가치에 비해 엄청나게 저평가(低評價)된 상태였죠. 아이들에게 주식을 물려주면 향후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보다 훨씬 더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의 투자 전략은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주(價値株)' 집중 공략이었다. 이 회장은 당시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던 한국이동통신(현 SKT) 주식을 주당 4만원씩 주고 샀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고작 16만명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이동통신은 정말 막연하다 못해 생소하던 때였죠.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휴대전화가 보급되는 시대가 반드시 오리라 확신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그가 산 주식도 승승장구해서 주당 500만원을 호가했다. 2000년 IT 버블 장세에 들어서자, 이 회장은 자녀들의 주식을 10년 만에 처분했다. 매도 시점도 기가 막히게 떨어졌다. 그때까지 두 자녀에게 준 1000만원은 10억원으로 무려 100배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그 돈으로 이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그린손해보험) 주식을 샀다. 이 회장은 "아이들 자금은 현재 우리 회사 주식으로 보유 중인데, 약 20억 정도니까 종자돈이 200배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들 말만 듣고서 투자해선 돈벌기가 어렵다"고 충고했다. 예컨대 애널리스트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주식에 배팅해봤자 고수익은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사자, 팔자 주문이 많이 나와야만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만들 때도 거래량이 많은 종목에만 치중하죠."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자녀에게 물려줄 만한 유망한 주식은 무엇인 지 물어봤다.

이 회장은 유망 종목을 콕 찍어주는 대신 "자녀에게 물려줄 주식이라고 해도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원칙적인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 상황이 외부 변수로 인해 나빠질 수 있는 리스크(위험)가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심이 여의치 않다면, 수수료가 매우 싸면서도 시장 수익률만큼은 따라가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전세계에 고유가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찬스가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모든 사람들이 겁에 질려 과매도(oversold)하는 '최악의 순간'이 올 때, 기회를 낚아채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04년 그린손해보험을 인수한 후 4년간 두 자릿수의 자산 운용 수익률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