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野史)

군(軍)의 존재 이유

깊은산속 2010. 8. 6. 11:20

 

 

지난 24일, 서울 하나고등학교 국어교사 장희민(38세. 여)은 
EBS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 국어강의에서 
남성들의 군 복무를 폄하하는 지독한 발언을 했다.
“남자들은 군대 갔다 왔다고 좋아하죠. 그죠? 
또 자기 군대 갔다 왔다고 뭐 해달라고 만날 여자한테 떼쓰잖아요. 
그걸 알아야죠. 군대 가서 뭐 배우고 와요? 죽이는 거 배워오죠.”
‘죽이는 거 배워 오죠.’라고 말할 때 
장 교사는 손가락으로 권총 쏘는 시늉을 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여자들이 그렇게 힘들게 낳아 놓으면 걔는 죽이는 거 배워 오잖아요. 
그럼 뭘 잘했다는 거죠, 도대체가? 
자, 뭘 지키겠다는거예요, 죽이는 거 배워 오면서. 
걔가 처음부터 그거 안 배웠으면 세상은 평화로워요.”
이 엄청난 발언을 태연하게 늘어놓는 동영상을 보면서, 
천안함사태로 촉발되었던 무력감이 되살아나는 듯하여 전신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장희민은 자신이 겪은 어떤 경로를 통해 그런 생각을 굳혔으리라. 
첫째는 주변에 군에 다녀온 뒤 망나니가 된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이다. 
사람은 한두 가지 사례를 보고 전체를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데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의식화 교육을 받았을 가능성이다. 
운동권 학생이나 전교조 교사라면 대한민국 국군을 그 정도로 폄하하는 건 대단한 일도 아니니까.   
장 교사는 마지막으로 ‘안티가 늘어나는 소리’라며 
자신의 발언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숙고 한번 없이 강의를 계속했다. 
참으로 경망스러운 표정이요 태도였다. 
천안함사태에 대한 국제 공동조사가 끝나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격침이라는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천안함 피침이 이명박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국민이 30%에 이르는 나라, 
장희민의 발언은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오히려 이러한 불경스러운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낸 EBS 측의 무책임이 더 큰 문제다. 
무(武)가 약한 나라는 쇠락을 거쳐 패망한다. 
고려가 그랬고 조선이 그랬다. 
무력으로 하대신라의 어지러운 분열을 통합하여 새 나라를 세웠던 고려는 
차츰 문치로 기울면서 무인들을 홀대했다. 
고려 제18대 의종 24년(서기 1170년), 황제와 문무백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하급 문신 한뢰가 대장군 이소응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신들은 이 일을 계기로 문신 수백 명을 처치하고 
이후 제24대 원종 11년(1270년)까지 100여 년에 걸친 무신정권을 이어나갔다. 
오랜 세월 문신들에 비해 푸대접을 받아오던 응어리가 폭발한 것이었다. 
무신은 정3품 상장군까지가 최고 계급으로서 그 이상은 문신들이 차지했으니, 
우리가 알고 있는 강감찬․김부식․윤관 등 고려의 최고위 장수들은 모두가 문신들이다. 
오늘날로 치면 무신은 사단장까지가 한계고 
군단장․군 사령관․참모총장․합참의장․국방부장관 등은 모조리 문신 차지였던 것이다. 
무신정권의 몰락과 함께 고려의 국력은 급속도로 기울어 이성계의 국권찬탈로 이어졌다.
조선의 처지는 더욱 한심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은 부산에 상륙한 뒤 불과 보름 만에 한양에 입성했다. 
변변한 저항 한번 받지 않고 유유자적 전진한 속도였다. 
도저히 국력이 있는 나라라 할 수 없었다. 
삼도순변사에 제수되어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왜적을 막다 산화한 신립의 군대는 겨우 8천이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조선천지에서 긁어모은 관군과 민병을 합친 숫자였다. 
이순신의 수군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이미 그때 왜국에 병합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전란 7년 동안 전국에서 의병 승병이 삣삣내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를 통합하여 국가적인 군대조직을 결성할 만한 인재나 전범(典範)이 조선에는 없었다.
청 태종이 병자호란을 일으켜 30만 대군을 이끌고 남한산성을 포위했을 때, 
인조는 불과 1천여 군사를 이끌고 여진족의 강군과 대치하고 있었다. 
청 태종의 의지만 있었으면 삼전도의 치욕 정도가 아니라 인조의 목, 
나아가 조선의 명운이 끝장날 수도 있는 정황이었다. 
그러고도 조선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무에 소홀하여 
끝내 비천한 왜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군을 대하는 가치관도 고려나 조선의 문신들과 대동소이하다. 
과거 국회에서 장군 진급 동의권을 가지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온갖 특권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장성은 물론 군 조직 자체를 우습게 여긴다. 
예산권을 쥐고 있다는 우월감에서다. 
군을 적화통일의 방해물로 보는 좌파들의 안목은 한층 격렬하여, 
한상렬 목사는 정부 허락도 없이 평양에 찾아가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운운하며 
천안함사태가 전적으로 이명박의 책임이라고 게거품을 물고 있다.  
천안함사태로 남북의 긴장상태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있을 때, 
큰애는 미국 합동참모대학에 유학 중이었다. 
한 발 물러서 있은 덕분에 
큰애는 남북 대치상태를 좀더 큰 틀에서 분석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 경험이 장차 군 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자신의 직위에 맞는 작전을 수립하고 부대를 통솔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 한 가지 바람직한 체험은, 
우리 군 개개인은 미군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 군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이란다. 
큰애는 미군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 모인 영관급 장교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강의를 한 뒤 
질의응답과 토론을 주제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거기서 전술이나 전략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사례에 응용하는 능력이 
다른 나라 군인에 비해 월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직력이다. 
개개인은 우수하지만 분대 단위 이상의 조직에 이르면 미군을 당할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매뉴얼 때문이다. 
비록 영화지만 우리는 「토라 토라 토라」와 「진주만」을 통해 
진주만이 일본군의 기습으로 초토화되었을 때 
미군들이 당황하지 않고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 「벌지전투」에서는 부대가 분산되어 홀로 된 탱크 한 대가 
독일군에게 상당한 타격을 가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모두가 정교하게 짜인 매뉴얼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의 저력이다. 
그게 우리 군에는 없다는 것이다. 
천안함사태 때 진해에 머물던 구조선이 사흘이나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하고 
공군 전투기가 두 시간 반이 지나서야 출격한 사태는 
모두 군 개개인이나 조직에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군에 장비가 없어 해경의 구조선이나 민간의 쌍끌이어선을 동원하는 데 이르면 할말을 잊는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최신장비를 갖춰야 하는 건 상식 이전에 당위다. 
언제까지 예산타령이나 하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목숨을 저울질하고 있을건가.
이명박 정부 들어 그나마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군의 시스템과 매뉴얼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에 대한 보상을 재검토하는 등 
군에 대한 처우도 바로잡아가고 있다. 
장군이나 장교들도 올바른 정신무장과 현실인식을 가지고 
군의 체질을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장희민의 미니홈피에 들려 항의글을 남기고 간 5만여 명의 네티즌들이다. 
「인터넷 조선」을 포함하여 각종 보도를 보면, 
네티즌들이 남긴 글은 매우 온당하게 장희민의 그릇된 가치관을 지적하고 있다. 
좌익이 판을 치는 가운데도 
올바른 국가관과 냉철한 심성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고무적인 사실이다. 
천안함 침몰이 이명박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30% 좌익세력의 이면에는, 
천안함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 국민 70%가 현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