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野史)

조선을 발칵 뒤집어놓은 스캔들 - 4

깊은산속 2010. 8. 10. 13:58

4. 연애편지 한 장에 목숨을 잃은 세조의 후궁 세조의 후궁 가운데 덕중이란 여인이 있었다. 덕중은 세조가 수양대군으로 잠저(潛邸)에 머물 때 거느리던 종으로 자태가 빼어나 수양대군의 침실로 불려 갔다. 그녀는 수양의 아들을 낳아 총애를 받기도 했으나 아이가 일찍 죽는 바 람에 야심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나 세조가 단종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덕중은 함께 궁중으로 들어가 일약 내명부 정3품 소용(昭容) 첩지를 받았다. 천민인 여종 신분에서 후궁으로 수직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그뿐, 세조는 싱싱 한 궁녀들에 눈이 멀어 덕중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덕중은 비록 권세와 호사 를 누렸으나 정작 보다 중요한 밤의 외로움은 달랠 길이 없었다. 구중궁궐에서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덕중은 눈여겨보고 있던 내시 송중에게 연애편지를 썼다. 송중은 기겁을 하여 연애편지를 세조에게 갖다 바쳤다. 진노 한 세조가 덕중을 불렀다.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하고 내시에게 연서를 보냈단 말이냐!” “송구하옵니다. 소인을 죽여주옵소서.” 덕중은 죽은 목숨이라 여겨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했다. “이 일은 나를 능멸한 것이라 마땅히 참수에 처할 일이로되 오랫동안 과인 을 모신 정리를 참작하여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앞으로 근신하도록 하라.” 세조는 덕중에게서 소용 첩지를 거두고 궐내에서 방자로 일하게 했다. 도루 묵이 된 것이다. 내시 송중은 곤장을 쳐서 사헌부 청지기로 내려보냈다가 죄가 없다 하여 복직시켰다. 방자로 궁중의 잔일을 한다고 밤의 외로움이 덜어지지는 않았다. 덕중은 몹 시 피가 뜨거운 여자였다. 덕중은 문득 수양대군의 사저에 있을 때 이따금 마 주친 귀성군이 떠올랐다. 수양대군의 사저에는 모사꾼 한명회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세를 모아 라이벌인 동생 안평대군을 제거하고 단종을 내몬 뒤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서였다. 그 가운데는 수양대군의 동생 임영대군 도 끼어 있었는데, 임영대군을 따라 들락거리는 아들 귀성군 준(浚)은 외모가 출중하여 그가 거리를 걸을 때면 여러 여인들이 가슴을 앓았다고 기록되어 있 다. 덕중도 여러 번 귀성군을 몰래 바라보며 가슴을 졸였지만 종의 신분이라 차마 마음에 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귀성군의 얼굴이 떠오르자 덕중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송중에게 연애편지를 썼다가 소용 첩지 를 박탈당한 게 엊그제인데도, 그녀는 도저히 음욕을 억누를 수 없어 다시 연 서를 썼다. ‘지난밤에 내린 봄비에 경회루의 연꽃이 활짝 꽃망울을 틔웠습니다. 귀성군 과 함께 저 연꽃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 려옵니다. 비록 죄를 지어 방자로 일하는 몸이지만, 귀성군을 생각하면 온 몸 이 떨리고 눈앞이 아득해집니다. 심처에 있는 처지라 불타는 제 마음을 자주 전할 길은 없으나, 귀성군을 연모하는 마음만은 죽어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부디 소녀의 심중을 헤아리시어 한 번만 만나 안아주십시오. 덕중 올림’ 편지는 언문으로 씌어 있었다. 편지를 받은 귀성군은 손을 덜덜 떨며 아버지 임영대군에게 갖다 바쳤다. 임영군도 질겁하여 그 길로 귀성군을 데리고 경복 궁으로 들어가 세조 앞에 엎드렸다. “전하, 신의 아들 준이 참람한 서간을 받았나이다. 신 부자를 죽여주시옵소 서.”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뒤 서간을 읽는 세조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자신의 애 첩이 자신의 조카에게 밀통을 간청하는 추악한 연서를 쓴 것이다. 저만치 꿇어 엎드려 있는 세조의 동생과 조카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서간을 누가 가져왔더냐?” “내관 최호와 김중호입니다.” 대답하는 귀성군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내시 최호와 김중호를 잡아들여라!” 세조는 즉각 국청을 설치하고 친국에 나섰다. 창피하여 대신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두 내시가 잡혀와 형틀에 묶였다. “네 놈들이 감이 이 추잡한 연서를 귀성군에게 전했단 말이냐!” “소인들은 그저 문안편지인 줄 알고 전했을 뿐이옵니다.” “네 놈들에게 이 서간을 전해준 자는 누구이더냐?” “덕중 처소의 나인들이었습니다.” 잡혀온 나인들 역시 문안편지인 줄 알았다고 잡아뗐다. 진노한 세조가 장형 (杖刑)을 명했다. 이내 국청이 피로 물들었다. 두 나인이 매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갔다. 두 내시도 난장 끝에 장살되었다. 이어 덕중이 잡혀와 형틀에 묶였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덕중은 이미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세조는 차마 한때의 정인이었던 덕 중에게 매를 댈 수는 없었다. 곤장을 치면 한때 자신이 어루만졌던 야들야들한 덕중의 엉덩이가 갈가리 찢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세조는 덕중을 하옥 시킨 뒤 종친과 대신들을 불러 모았다. “궁인 덕중이 연서를 보내 귀성군 준과 통정하려 했는데 준의 아비 임영대 군과 준이 달려와 내게 고했다. 궁인의 죄는 나를 능멸하고 종친을 더럽힌 것 이라 참형에 처해 마땅하지만, 한때 내 아이까지 낳은 터라 너그러운 벌을 내 리려 한다. 그대들의 의견을 고하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이옵니다. 극형으로 다스리소서.” 종친과 대신들의 뜻이 한결같았다. 덮어두었다가는 자신들의 처첩도 외간남 자를 유혹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조는 덕중에게 교수형을 명했 다. 덕중이 도성 밖으로 끌려가 교수형을 받자 귀성군이 세조 앞에 엎드려 죄 를 청했다. “너에게는 죄가 없으니 두려워 말라. 네 마음이 밝아 일찍 내게 알렸거늘, 더 이상 근심하지 말라.” 덕중이 처형된 날 세조는 반역죄와 살인죄를 저지른 자들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죄수들에게 대 사면령을 내렸다. 저녁에는 종친들과 대신들을 경회루로 불러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다. 실록에는 세조가 술에 취해 춤을 추었다고 기록 되어 있다. 자신의 명으로 처형된 덕중의 빼어난 미모와 운우지정의 기억을 떨 쳐버리기 위한 의식이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