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군봉 높은봉에 서린 천연사직의 한 단발령을 내려와 10리쯤 더 가니 말휘령이 앞을 가로막았다. 힘겹게 오른 고 개 위에는 다섯 채의 객점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날은 저물고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춥던 참이라 김삿갓은 한 객점으로 들어섰다. “아이구, 삿갓선생. 아무리 남아하처불상봉(男兒何處不相逢)이라지만 .. 김 삿갓 2010.08.10
함흥 제일의 기녀 소원 해금강을 향하는 김삿갓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가족을 뒤로 하 고 집을 나선 지 어언 5년, 그 동안 세상과 인연을 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 호연지기를 만나니 자신도 모르게 정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삭막한 심 경으로 해금강에 이르니 아득한 겨울바다가 더없이 쓸쓸해 보였다. .. 김 삿갓 2010.08.10
관북의 땅끝에서 들리는 쓸쓸한 발길 소연의 집을 나온 김삿갓은 오래도록 그리움에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 여직 한 여인에게 그토록 마음을 빼앗겨본 적이 없었다. 관북의 겨울은 혹독했다. 김삿갓은 소연의 아름다운 자태와 비단결 같은 마음씨, 특히 정신을 홀리는 살 꽂이 맛을 떨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 김 삿갓 2010.08.10
아버지의 자리 조선의 최북단인 함경도 종성에서 영월까지는 천리가 훨씬 넘는 길이었다. 행여 어머니에게 변고라도 생겼을까 싶어 옆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재촉한 김 삿갓은 불과 열이틀 만에 영월에 당도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고 낯선 강아지 한 마리가 김삿갓을 보고 사납게 짖어댔다. 이윽고 8, 9세쯤 되어 보.. 김 삿갓 2010.08.10
주모의 굳은 절개 김삿갓은 제천→원주→한양을 거쳐 서도로 2차 방랑의 행보를 잡았다. 기온 이 더 없이 적당하여 발걸음은 가벼웠으나 온 산천이 붉게 타오르며 눈길을 붙 잡는 바람에 행보는 한여름 엿가락처럼 축축 늘어졌다. 해거름에 원주로 넘어 가는 고개 아래 당도하니 마침 객점이 하나 나타났다. “주모. 지.. 김 삿갓 2010.08.10
한양의 두 인심 <서울의 성문. 남대문이 사라진 게 이채롭다> 김삿갓은 원주에 있는 치악산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서도로 행선 지를 정해놨지만 길목에 있는 명승고찰 또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저물녘 에 한 동네에 이르니 고대광실 기와집에 동네사람들이 한마당 모여서 웅성거리 고 있었다. 문.. 김 삿갓 2010.08.10
살꽃이 보다 깊은 추정(秋情) 장단을 거쳐 개풍 땅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봄이 깊어 있었다. 개풍에는 진 작부터 가보고 싶어 하던 진봉산이 있었다. 조선천지에서 철쭉이 가장 아름답 기로 유명한 산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멀리서 봐도 온 산에 만개해 있는 철쭉 은 불이라도 타오르듯 화사하기 그지없었다. 산세는 매우 험준했지.. 김 삿갓 2010.08.10
시선을 또 다른 시선이라 이르니 이윽고 개성에 도착한 김삿갓은 먼저 송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천석사에서 안산댁과 눈물의 이별을 한 지 보름 만이었다. 중턱에 이르러 내려다보니 개성 시가 낙조를 받아 아늑하게 엎드려 있었다. 어디서 청아한 목탁소리가 들려왔 다. 가까운 곳에 절이 있나보다 여기며 소리를 향에 발길을 재촉.. 김 삿갓 2010.08.10
꿈에도 그리든 고향,천둥마을 김삿갓이 살던 천동마을은 곡산읍에서도 산속으로 60여리를 더 들어간 첩첩 산중에 있었다. 험준한 산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추호 도 없이 가슴이 설레기만 했다. 어릴 때 동무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동 무들과 어울려 왕복 120리도 넘는 산길을 걸어 읍내 장거리에 다녀.. 김 삿갓 2010.08.10
추색(秋색)에 잠긴 황해도 곡산 지경을 벗어난 김삿갓은 구월산을 향해 서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지 방은 어딜 가나 첩첩산중이었다. 얼마를 가자니 날아갈 듯한 필체로 ‘夜夢’이 라는 옥호의 간판을 내건 객점이 나타났다. 산중 객점에 어울리지 않는 명필이 었다. “저 야몽이라는 간판은 어느 분이 써준 것인가?” “저.. 김 삿갓 201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