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백약지장(百藥之將)이니 평안도에 들어서자 김삿갓은 가장 먼저 중화고을 용암산 남쪽에 있는 동명 왕의 무덤을 찾아 참배했다. 전설에 의하면 동명왕은 40세에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왕실에서는 무덤에 동명왕이 애용하던 말채찍을 대신 묻었다고 했다. 그 말채찍에는 커다란 진주구슬이 달려 있었는데, 그 .. 김 삿갓 2010.08.10
사랑의 대동강 객점 「성인」에서 한나절 길인 평양을 김삿갓은 사흘이나 걸려서 대동강 나 루터에 당도했다. 평양 오는 길목에도 발목을 붙잡는 곳이 많아서였다. 조선 제 일의 기도(妓都) 평양, 예로부터 평양은 여염집 아낙보다 기생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색향(色鄕)이었다. 고관대작들이 감사 자리를 서.. 김 삿갓 2010.08.10
이별의 대동강 하루에도 몇 차례씩 치르는 과한 방사(房事) 탓이었을까? 삼월이 몸살이 나서 기방으로 돌아갔다. 김삿갓은 허전한 발길로 연광정에 올랐다. 다른 누각도 마 찬가지지만 이미 여러 번 둘러본 정자였다. 덕암이라는 수백 척 낭떠러지 위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얹혀 있는 연광정은 올 때마다 다른 숨결.. 김 삿갓 2010.08.10
눈 마저 침침하니 발길 더욱 스산하고 북으로 갈수록 산은 더욱 험준하고 길은 더욱 고달팠다. 김삿갓은 대동강 변 에서 헤어진 죽향을 마음에서 지우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산길을 가다보면 인 가를 못 만나 진종일 굶는 날이 더 많았다. 순천을 지나 안주로 접어들었다. 날 이 저물어 개천가에 있는 한 객점을 찾아들었다. 지나온 고을 .. 김 삿갓 2010.08.10
강계 하늘에 秋月이 滿乾坤하니 적유령고개가 나타났다. 강계의 관문이었다. 고개가 어찌나 높은지 쳐다보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천신만고 끝에 만데이에 오르니 저 멀리 북쪽으로 험산준령에 둘러싸인 광활한 고원지대가 나타났다. 묘향산맥 낭림삼맥 강남산맥에 둘러싸인 고원은 서도 제일의 웅자(雄姿)를 자랑하고 있었다. 가히.. 김 삿갓 2010.08.10
人生이란 원래 夢中夢이 아니드가 김삿갓은 밤잠을 줄이고 길을 재촉하여 보름 만에 홍성에 닿았다. 여정을 줄이기 위해 때를 거르기 일쑤였다. 두 끼를 굶은 채 홍성에 당도한 김삿갓은 어느 객점에 들러 이른 저녁을 시켰다. 70줄의 노인이 밥을 내왔다. “주인장. 여기서 고암리를 가자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김삿갓은 어릴 때 한 .. 김 삿갓 2010.08.10
고단한 남도 여정 익산을 거쳐 옥구에 이르렀을 때는 가을이 깊어 있었다. 그해에는 하필 전라도에 심한 흉년이 들어 밥을 얻어먹기가 억수로 힘들었다. 스무 집을 더터야 겨우 한술 얻어먹을까말까 했다. 강계를 떠날 때 추월이 바랑에 몰래 넣어놓은 노자는 바닥이 난 지 이미 오래였고, 추월이 지어준 봄옷도 헤져 쌀.. 김 삿갓 2010.08.10
강경의 겨울나기 진주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가을이 깊어 낙엽이 거의 다 졌을 때였다. 김삿갓은 진주성으로 발길을 옮겨 촉석루에 올랐다. 임진왜란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진주성에는 나무 한 그루 돌부리 하나에도 나라를 지키다 거룩하게 순국한 선조들의 넋이 깃들어 있었다. 김삿갓은 김시민 장군 김천일 장.. 김 삿갓 2010.08.10
신선이 된 김삿갓 강진에서 용천사를 거쳐 가지산 보림사까지, 200리 길을 오는데 보름이나 걸렸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몸에 이상이 있어 걸음이 더뎌졌기 때문이었다. 가지산은 예로부터 ‘천하의 기운에 땅에 떨어져 내를 이루고 공중에 쌓여서는 산을 이룬 곳’이라는 찬사를 받아왔을 정도로 경관이 .. 김 삿갓 2008.07.17